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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보랏빛이 가득한 꽃그림은 아름답고 누구나 좋아한다. 하지만 내 손안의 스마트폰으로도 멋진 꽃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 시대에,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시대가 앞당겨진 지금 꽃그림은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이희옥 작가(이하 이 작가)는 아름답기만한 작품이 아니라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사회에 미술의 의미와 작가의 역할에 대해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현대미술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게이샤커피숍에서 '이희옥 작가 초대전'이 개최됐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재미있다'와 '와! 새롭다'이다. 작품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 재미있고 더 새롭다. 작품 속 세상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는 세상이고 이를 배경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독특한 캐릭터와 비트코인, 영화배우, 록스타들이 등장한다.
초현실적인 화풍의 작품 속에 있는 유튜브 아이콘을 클릭하면 진짜로 유튜브가 시작될 것 같아서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싶어진다. 또 금발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 주변에는 비트코인과 돼지저금통이 함께 있어 여인의 꿈이 '일확천금일까?'하고 웃음 짓게 된다. 작품 ‘코로나바이러스19 퇴치법’에는 슈퍼 히어로들이 나타나 당장이라도 나쁜 코로나 19를 남김없이 퇴치할 것 같아 '부탁해요!'를 외치고 싶어진다.
작품 'Heart for you'에는 매혹적인 여인의 두 눈과 붉은색 튤립 한 송이가 눈길을 끄는 데 튤립은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투기 현상인 ‘튤립 버블( Tulip bubble)’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경제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버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 ‘메타버스*’에는 아디다스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이키 모자를 쓴 남학생이 스마트폰 속 가상현실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옆에는 7, 80년대 록밴드 레드 제플린이 나란히 등장하고 있어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미래사회를 보여준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작품 속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남학생은 이 작가의 3남 1녀 자녀 중 중학교 3학년 막내 아들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이다. * 메타버스(Metaverse) :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이뤄지는 공간
이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후 4명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지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기에는 당시 대세였던 기하추상의 화풍을 따랐다. 하지만 점차 이 작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미래지향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가올 미래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이 작가는 감각에 의존하기보다는 자료를 수집, 연구하고 끊임없이 사고한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확장성과 폭발성을 가지고 세계를 재편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삶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데 이에 대한 진지한 사유는 부족한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예술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가들도 이러한 주제를 탐구하고 영상 이나 설치 작업을 하는 데 저는 저의 강점이 회화이기 때문에 회화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작가가 그리는 세계가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
“테크놀로지나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분야가 많아질수록 우리가 느끼는 정신적 피로감이 심화되어 오히려 원형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심리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인간이 기술에 압도된 디스토피아를 그리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유토피아도 아니지만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작업할 때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24시간 머릿속으로 항상 작품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일상의 모든 소재에서 영감을 얻고 있어요. 길을 걸을 때나 운전을 할 때, 쇼핑할 때도 사물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려고 해요. 또 독창적인 작품을 계속 시도하고 연구하는 데 아이들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중학생부터 직장 다니는 아이까지 있으니까요(웃음).” 초현실적인 기법으로 풀어낸 이 작가의 작품 세계는 보석보다 단단하고 빛나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이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는 데 JTBC '아지트'에서 작품을 활용한 모션그래픽 영상이 방영됐다.
이 작가는 크고 작은 개인전, 초대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을 수상해 인정받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초대전에서는 서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시사종합지 시사뉴스메이커가 개최하는 '2018 대한민국 탑클래스 대상' 문화예술( 서양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도쿄와 오사카, 홍콩, 노르웨이, 체코 아트페어 그리고 2019 서울아트쇼(코엑스), 2019 미국 마이애 미비치 스코프 바젤 아트페어 등 전 세계의 아트페어에서도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호평을 받았다. 이 작가는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초대전이 열린 장소도 일반인들에게 열려 있는 커피숍이다. “관객과 인사하고 그분들의 느낌을 직접 들으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부자가 된 듯 꽉 찬 느낌 이에요. 몇 년 전 코엑스에서 전시했을 때 십 년 넘게 전시회를 찾아다니신 관람객 한 분이 제 작품을 보시고 전시 작품 중 최고라고 극찬을 해주셨어요. 다른 작가들도 계신 자리였는 데 모두 놀라고 부러워하셨죠. 그분 말씀에서 큰 용기와 희망을 얻었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가는 역시 작품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고요. 관객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워요.”
끝으로 이 작가에게 현재의 삶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는 저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더 견고히 해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어요. 창작은 고통이 따르지만 동시에 재밌고 기쁜 일이에요. 초현실적이고 환상적, 여성적인 느낌의 독창적인 작품을 할 거예요. 또 우리나라, 인류에 이바지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어요. 평화통일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멋진 미래를 위해 남북한 문화예술 교류에 참여하고 싶어요. 몇 년 전에 DMZ(비무장지대)와 환경을 주제로 한작업도 했는 데 북한 작가들과 함께 전시도 하면서 예술교류를 통해 통일을 대비하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가지면 좋을 것 같은 데 헛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계는 하나이고 사람은 다 똑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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