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연, 2년 8개월 만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KLPGA투어 제8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조아연이 우승을 선물했다. 충북 충주시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교촌허니 레이디스오픈 (총상금 8억 원) 대회 최종일 3라운드에서 조아연은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하며 이가영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지난 2019년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과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그해 신인상을 받아 주목받았던 조아연은 2년 8개월 만에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우승으로 KLPGA투어 통산 3승과 함께 상금 1억4천400만 원을 획득했다. 1라운드부터 사흘 내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2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이다연과 이가영, 조아연 세 선수는 최종라운드를 챔피언 조에서 시작했다. 조아연의 3번 홀(파3) 칩인 버디에 이다연은 버디, 이가영은 여기서 보기를 범했다. 이후 이다연은 5번 홀(파4)에서 트리플보기로 무너져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반면 이가영은 9번부터 12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았고 조아연도 10번부터 12번 홀까지 3연속 버디로 응수하며 1타 차의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가영이 13번 홀(파3)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해 다시 2타 차. 승부처는 바로 16번 홀(파4)이었다. 조아연과 이가영의 두 번째 샷이 모두 그린 앞 벙커에 빠졌는데 먼저 이가영의 벙커샷이 홀에서 11m 넘는 거리에 떨어졌고, 조아연은 홀에서 5m 거리에 놓였다. 여기서 이가영은 보기, 조아연은 파를 기록하면서 3타 차가 됐다. 조아연이 마침내 17번 홀(파4)에서 10m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 마지막 홀에서 파로 4타 차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올 시즌 상금과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1위인 유해란은 9언더파 단독 3위에 올랐다. 이다연은 이날 2타를 잃고 7언더파 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박주영과 박채윤이 6언더파 공동 6위를 박민지, 조혜림, 마다솜이 공동 8위(5언더파)를 기록하며 톱10에 진입했다.
INTERVIEW 우승 소감은? 2년 동안 우승 없어서 힘든 시간 보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많은 갤러리 분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면서 우승까지 하게 돼서 기쁘다. 또 마침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부모님께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아 행복하다.
2019년도 우승과 지금의 우승 느낌이 다른가? 다르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라 마냥 좋았는데, 이번 우승은 더욱더 감격스럽다. 2년 동안의 부진을 버티고 난 후에 온 우승이라 더 기쁜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부진의 이유는? 2019년에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너무 많이 밀어붙였던 것 같다. 거기에 2020년, 2021년에 스윙을 교정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잘 안 맞았다.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부진이 시작됐고,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더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지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를 보듬어주지 못한 것이 결국 슬럼프를 부추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변화를 줬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에 변화를 줬다.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연습을 안 하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다른 취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문득 느낀 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골프밖에 없구나, 골프를 취미 생활처럼 행복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첫날 단독 선두 마치고 이후 어떤 마음이었는지? 2년 넘게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가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많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올해 들어 갤러리 분들도 오시면서, 스스로 즐거운 플레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과정이 중요하고, 행복한 골프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떨리지도 않고 부담도 없었다. 상황에만 집중하다 보니 결과에 대해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우승까지 고비가 있었다면? 첫 홀 파 퍼트가 고비였고, 두 번째 파 퍼트도 고비였다. 오늘 긴 파 퍼트가 네 개 정도 있었는데 다 막아냈다. 마지막이 16번 홀이었다. 그 파 퍼트를 넣고 나니 ‘수많은 고비를 다 막고 왔으니 이제 우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래서 16번 홀에서 세리머니가 제일 컸던 건가? 사실 우승보다는 노보기 플레이가 하고 싶어서, 그 퍼트를 꼭 넣고 싶었다. 근데 치자마자 ‘들어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들어가기까지 그 짧은 찰나에 ‘이게 들어갔으니 우승까지 할 수 있겠는 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가 커졌던 것 같다.
지난 2년간 동기들이 승승장구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좀 더 힘들었던 거 같다. ‘잘해야 해’라는 생각에 매몰되면서 결과가 너무나 처참했고, 그때 다른 동기들은 더 잘 나갔다. 그러면서 자괴감도 들고 골프에 대한 열정이 좀 식었던 것 같다. ‘나는 왜 안 되지? 이제 그만해야 하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로운 목표는? 오늘 우승했으니 ‘올해의 목표를 다 이뤘다’ 하기보다는, 물론 나도 선수니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 잘 치고 우승까지 해서 행복한 거겠지만, 이번 우승을 통해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내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좋은 과정을 만들고 묵묵히 걸어가면 우승은 따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 결과나 우승에 얽매이기보다는 상황과 과정에 충실한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싶다.
올 시즌 대상, 상금왕 등 타이틀에도 욕심이 없나? 타이틀을 가지려면 우승도 많이 해야 하고, 매 대회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 역시 내가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10번 홀부터 12번 홀까지 이가영과 진검승부를 펼쳐서 갤러리와 시청자를 즐겁게 했는데, 당시 어떤 생각으로 플레이를 했는지? 솔직히 말해서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많이 의식했을 거다. 버디를 하면 나도 버디를 꼭 해야 하고, 버디를 꼭 잡아서 상대방과 타수를 벌려야겠다는 등등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가영 언니와의 그런 순간이 재미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갤러리 분들의 응원도 힘이 됐다. 버디가 많이 나오니 환호도 많이 해 주셔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한 샷 한 샷 집중하다 보니 세 홀 연속 서로 버디를 한 사실도 몰랐다.
울컥하는 타이밍은 아예 없었나? 사실 눈물이 많은 편이라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났다. 근데 마지막 18번 홀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기다리는데 갤러리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서 있었는 데 거짓말처럼 아빠가 보였다. 수많은 갤러리 사이에서 아빠만 잘 보이더라. 그 순간 좀 울컥했다. 아버지와 트러블도 조금 있기도 했고, 긴 시간을 나를 믿고 기다려준 아빠여서 그랬던 것 같다. 울고 싶지 않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박)지영언니와 (조)윤지가 나를 웃기려고 춤을 추는 게 보였다. 그래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웃음).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한마디?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전부 아버지 덕이라 생각하는데,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사이가 안 좋아졌던 적이 있었다.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사진=KLPGA <저작권자 ⓒ 탑골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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