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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골프는 골프이다.

최점룡의 Job & 雜

최점룡 칼럼니스트(toyzone@naver.com) | 기사입력 2022/05/25 [09:21]

그래도 골프는 골프이다.

최점룡의 Job & 雜

최점룡 칼럼니스트 | 입력 : 2022/05/25 [09:21]

 

골프를 ‘골치 아픈 프렌드’라고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수십 년 전에 처음 골프 칼럼을 쓰게 되었을 때, 편집부의 설문에 드렸던 답이다. 분명 좋은 친구인데, 이렇게 골치가 아픈 운동은 없었다. 열심히 해서 잘되는 것도 아니고, 반년 만에 필드를 나갔다가도 잘 맞기도 한다. 머리를 올리러 간 날에 홀인원을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어쨌거나 수십 년, 골퍼로서 살아왔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웬수 같은 골프채에 손을 뗄 마음은 지금도 없는 것을 볼 때, 어쩌면 배우자만큼이나 멀어질 수 없는 인연이 되었다. 하긴 배우자와 이별한 지인들도 골프를 끊지는 않은 듯하다. 그만큼 중독이라 할 만큼 일생을 지배하는 운동이 골프이다. 

 

나는 골프를 그야말로 내 인생 숙명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산다. 그만큼이나 애증의 스펙트럼에서 솔직히 ‘사랑’ 쪽에 더 가까운 반평생을 살고 있다. 솔직히 골프처럼 즐겁고, 인연을 이어주며, 때로는 우아한 척을 할 수 있는 운동이 또 있을까? 석양의 마지막 홀을 걸어가며 함께한 동반자와의 대화처럼 아름다운 시간이 또 있을까? 

 

그러다가 요즘은 무척 불편한 일이 두 가지이다. 하나는 거의 무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는, 각종 매체에서 쏟아지는 골프 방송이다. 유튜브, 종편, 인터넷을 가리지 않고 소위 예능의 이름을 빌어 퍼지는 골프 방송을 보면, 드물게 웃다가 결국 화가 난다. 누구는 운명처럼 생각하는 골프를 저렇게 대해도 될까? 

 

골프는 분명 예의와 매너, 배려를 가장 중시하는 운동이다. 동반자가 잘못 쳤다고 해서 킬킬대고 조롱하는 개그맨 출신의 골프를 보며, 이게 골프야? 하는 회의가 든다. 태권도를 도로 받아들이는 분과 싸움으로 써먹는 자들의 차이점이나 마찬가지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 

 

‘구찌’는 일본어이다. 입 口를 그렇게 읽는다. 동반자에게 말로서 방해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들에게는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가끔 정규방송국에서도 방출이 되곤 하는데, 그런 일본어가 스스럼없이 쓰인다. 아무리 개그맨이라 해도, 그렇게 부끄러움 없이 쓸 말은 아니다. 더구나 방송국의 피디라는 자들도 마찬가지. ‘라운딩’이라는 말은, 쉽게 얘기하자면, ‘없다.’ 라운드라고 써야 옳다. 한 바퀴를 돈다는 뜻이다. 권투에서도 몇 라운드라고 하지, 절대로 몇 ‘라운딩’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 개그맨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레이 업’과 ‘레이 아웃’은 다르다. 레이 업은 상황에 따라서 거리를 줄이는 골프이며 레이아웃은 건축에서 설치를 하는 행동이다. 명색이 영문과를 전공했다는 개그맨은 그것도 구분을 못 한다. 골프를 칠 때에는 ‘레이 업’이 있고, 골프장을 설계할 때에는 ‘레이 아웃’이다.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남의 비거리가 짧거나 퍼팅이 안 들어갔다고 해서 킬킬대고 조롱하는 골퍼는 이런 방송에서, 심지어 실제 골프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툭하면 자기들은 매너를 중시한다고 떠든다. 

 

모든 운동에서, 골프와 가장 구분이 되는 원칙이 있다. 골퍼는 동반자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게 골프의 이념이다. 축구나 배구나 야구는, 상대방이 못하도록 한다. 슛을 막고, 스파이크를 블로킹하고 내 공을 못 치도록 방해한다. 그러나 골프에서는 남의 퍼팅을 막지 않는다. 앞에서 가로막지도 않는다. 그게 골프가 다른 운동과 가장 다른 특징이다. 그런데 이들은 수시로 남을 놀리고 방해한다.   

 

그냥 골프를 재미로만 보는 것이라고 주장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장난으로, 웃자고, 재미로 다 넘어가도 그만이라고 주장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도 인정하겠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골프는 골프답게 했으면 좋겠다. 재미있자고 축구를 손으로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골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정신, 매너와 예의와 배려는 지켰으면 한다. 그리고 적어도 엉터리 용어와 일본어 타령은 참아줬으면 한다. 당신들이 골프가 아닌, 코미디를 할 것이며 웃기기만 하면 되고 인기를 얻어 돈을 벌겠다는 속셈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래도 골프는 좀 골프처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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