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잔디 교체 열풍파인비치골프링크스, 테디밸리골프&리조트, 동래베네스트 ‘잔디 성공’ 화제
올해 골프장업계의 최대 화두(話頭)는 ‘잔디 교체’였다. 골프장마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폭염과 폭우에 시달린 골프장 잔디가 고사(枯死)를 거듭하자 잔디 교체 열풍이 불어닥쳤다.
한국골프장은 특성상 중지 등 난지형 잔디가 맞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설 골프장들은 사시사철 푸른 잔디를 멋(?)으로 알고 켄터키 블루그래스 등 한지형 잔디에 몰두했다. 하지만 폭우 및 건조, 그리고 폭염에 시달린 한지형 잔디는 맥을 못 추고 시들시들해지다가 결국 황폐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탓인지 골프장들은 앞다투어 잔디 교체를 서둘렀다.
폭염과 폭우로 인해 잔디 피해 골프장...잔디 교체 열풍 사실 잔디를 교체한 골프장들은 한해 농사를 ‘헛발질’한 셈이다. 18홀 기준으로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중지로 바꿀 경우에 골프장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잔디 구입비와 공사비로 25~30억 원이 든다. 수익을 올려도 시원찮을 판에 기껏 벌어 놓은 ‘피 같은’ 돈을 잔디에 고스란히 쏟아붓는 것이다.
잔디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약 600속 750여 종의 식물 가운데 지피성(地被性), 내답압성(耐踏壓性), 재생력(再生力)이 높아야만 쓸모가 있다. 특히, 짧은 깎기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질감(質感)이 좋은 30여 종만이 실제 잔디로 이용된다. 따라서 잔디 기능을 하려면 생장점(生長點)이 깎는 높이에 아래쪽에 자리 잡아 반복적으로 깎더라도 생장의 근원은 제거되지 않아야 한다. 밟히고 눌리는 답압에 잘 견디는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골프장 잔디는 내답압성과 복원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 중 하나다. 잔디는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도 적정한 밀도를 유지하며 생존해야 하고, 집중적으로 이용해도 생육을 통해 훼손되는 것 이상으로 복구될 수 있는 다년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난지형 잔디는 원산지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서인도제도, 중앙 아메리카 등으로 최적의 생육 온도는 25~35℃로 높은 곳에서 잘 자란다. 난지형 잔디 종류는 버뮤다그래스, 조이시아그래스가 대표적이고, 세인트어거스틴그래스, 바히아그래스, 카페트 그래스, 센트 피드그래스 등도 있다. 11월부터 추워지면 잔디는 휴면기에 들어가고 초봄에 깨어나 생장기에 들어간다.
한지형 잔디는 난지형과 정반대로 생장하고 휴면한다. 한지형 잔디는 한랭습윤, 한랭반건조, 그리고 한랭건조 기후대에 적응해 한지와 난지가 공존하는 지역에 분포한다. 지상부 생육 최적 온도는 16~24℃이고, 근권부 생육은 10~18℃에서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봄철에 생육이 시작되고, 여름철 고온기에 휴면에 들어갔다가 가을철에 다시 생육을 회복한다. 한지형 잔디는 켄터키블루그래스, 벤트그래스, 페스큐, 라이그래스가 주종을 이룬다. 한지형 잔디는 난지형 잔디보다 부드럽기 때문에 그린에 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19개 골프장이 벤트그래스를 페어웨이에서 사용한다.
까다로운 잔디관리 때문에 그린키퍼 등 코스관리과 직원들은 365일 땀과 공을 들여서 관리하지만 기후변화에는 손을 못 쓴다. 마치 농부처럼 하늘만 바라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 적지 않다. 고사성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처럼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리지만 최종 결과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골프장 현실이다. 잔디는 돈을 들인 만큼 보답한다는 것이 코스관리 직원들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잔디가 부실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 면서 잔디를 좋게 하려는 말도 되지 않는 일부 오너들의 코스관리 방침 탓이다.
금잔디로 완벽한 잔디로 재탄생한 파인비치골프링크스 잔디 교체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오랜 시간 연구하고 기후 등지역 특성에 맞는 골프장 3곳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돋보인 곳은 지난 10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열렸던 보성그룹의 파인비치골프링크스(대표이사 허명호)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기존 벤트그래스에서 페어웨이는 금잔디, 러프는 중지로 초종을 전면 교체했다. 특히, 한국 최초로 전면 도입된 토종 금잔디의 완성도에서 단연 돋보였다. 해남의 해풍과 고온, 해양성 토양에 맞춘 4년간의 연구와 심혈을 기울여 관리한 덕에 잔디의 탁월한 밀도 및 탄성, 그리고 완벽한 볼의 탄도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잔디 교체는 성공한 셈이다. LPGA투어 관계자들도 놀랄 정도로 완벽한 잔디를 선보였다.
그런데 시기가 절묘하다. 사실 파인비치골프링크스는 2026년에 잔디 교체를 구상했다. 그런데 벤트그래스가 지난해 폭염을 버티지 못하고 50% 이상 ‘질식사’를 한 것이다. 비단 파인비치골프링크스 뿐만 아니다. 국내 골프장은 전국적으로 폭우와 폭염에 시달리면서 몸살을 앓았던 한해였다.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래스와 벤트 그래스가 전멸하다시피 한 것이다.
9월이 되면 밤부터 새벽까지는 어느 정도 선선해지는 한국의 날씨지만 올해는 달랐다. 10월까지 무더위가 계속되는 이상 기온을 보였다. 밤낮으로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한지형 잔디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골프장들은 유형처럼 번지며 선호했던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중지로 바꾸는 등 난지형 잔디 교체 열풍이 불고 있다.
버뮤다그래스+라이그래스 오버시딩 성공한 테디밸리골프&리조트 회장의 의지로 잔디관리에 성공한 골프장은 제주 테디밸리 골프& 리조트(대표이사 김준)다. 지난 11월 6일부터 나흘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챔피언십 in 제주(총상금 11억 원, 우승상금 2억2000만 원)가 열린 제주 서귀포의 테디밸리 골프앤리조트 밸리-테디코스(파72·7259야드). 개막을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돌아본 선수들은 한결같이 ‘엄치 척’을 들어 보였다.
이처럼 테디밸리 골프&리조트의 골프코스가 매년 환상적인 ‘녹색 융단(絨緞)’을 깔아 놓은 듯한 잔디를 유지하는 데는 다름 아닌 김정수 회장의 골프장에 대한 철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테디밸리 골프코스는 국내 골프장 최초로 난지형 잔디인 버뮤다그래스로 조성했다. 그런데 김정수 회장은 ‘잔디를 최상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목표에 알맞게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여름에 강한 버뮤다그래스에 겨울에 왕성한 생육을 보이는 한지형 잔디인 페레니얼 라이그래스를 오버시딩(덧파종)을 하는 것이다.
덧파종은 기존 잔디밭 위에 추가로 씨앗을 뿌려 잔디의 밀도, 색상, 품질을 높이는 잔디 관리 방법을 말하는데, 이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CEO는 누구나 안다. 다만, 비용 때문에 꺼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테디밸리 골프코스는 4계절 푸르름을 유지하는 한편 골퍼들이 플레이하기에 기분 좋은 최적의 잔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오버시딩은 쉽지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스 관리 비용과는 별도의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창 시즌에 오버시딩을 하면 단단한 잔디 활착(活着)을 위해서 골프장 문을 닫아야만 한다. 특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3일 동안 휴장하고 코스관리에 집중했다. 하루에 수천만~1억 원을 날리는 셈이어서 그만큼 손해라는 얘기다.
올해는 비용이 더 들어갔다. 매년 9월에 페레니얼그래스로 오버시딩을 하는데, 올해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잔디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다시 덧파종을 한 것이다. 이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김정수 회장은 조건 없이 한다. 테디밸리를 찾은 골퍼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라운드하고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코스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버뮤다그래스는 지피성(地被性), 내답압성(耐踏壓性), 재생력(再 生力)이 뛰어나다. 내구성이 강하고, 빠른 회복, 가뭄과 더위에 강하다. 다만, 추위가 ‘쥐약’이다. 여름철에 포복경 생육이 왕성해 잘자라며 잎의 질감이 부드럽고 고품질이어서 골프장 페어웨이 잔디로 주로 쓰인다.
고려지+페레니얼그래스 ‘덧파종’ 동래베네스트GC 지난 4월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 (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1600만 원)이 열린 부산 금정구 동래베네스 골프클럽(파72·6579야드)도 잔디에 관해 성공작이다. 제주를 제외하고 지방 골프장의 4월 잔디는 대부분 푸르름보다는 갈색잎이 더 많다. 그런데 4월에 동래베네스트를 찾은 갤러리들은 페어웨이 잔디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페어웨이가 파릇파릇하게 신초(新草)가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이전 같으면 3월은 여전히 누런 황금색을 띠고 있어야 맞다. 이런 잔디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동래베네스트GC의 특별한 노력으로 2019년부터 잔디 품종에 대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고려지에 양잔디를 오버시딩(덧파종)한 것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2022년부터 오버시딩을 실시해 올해 대회의 품격을 살리는데 일조했다. 특히, 국내 토종잔디인 중지나 고려지에 양잔디를 덧씌워 파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잔디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래베네스트GC 코스관리팀은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잔디 기술력으로 덧파종 기법을 활용해 사계절 푸른 잔디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대회를 앞두고 코스관리팀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잔디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 맞춰 덧파종과 함께 그린 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다”면서 “벤트그래스로 조성된 그린은 촘촘한 밀도와 3.2m~3.4m 의 스피드를 유지해 선수들이 완벽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고려지는 5월에서 9월 사이는 초록을 유지하지만, 겨울이면 누렇게 변한다. 동래베네스트GC는 2022년부터 덧파종 기법을 적용해 늦가을부터 봄까지 페얼라이그래스 중에서 레이폭스를 덧파종해 페어웨이를 초록색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계절 내내 푸른 잔디의 코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잔디연구소 소장 심규열 박사는 “동래베네스트GC는 놀라운 정도로 코스관리에서 뛰어난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사실 한국잔디에 양잔디를 오버시딩으로 성공시키기는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심 박사는 “국내에서 동래베네스GC와 웰링턴CC가 한국 잔디에 양잔디를 덧파종해 성공한 케이스인데, 기후상 동래베네스 트GC는 사철 푸르름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탑골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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