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이 경영환경 악화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골프장이 ‘한파(寒波)’가 몰아닥친 듯 울상이다. 골프장들은 2019년 말 발생한 신종바이러스인 코로나19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갈 곳 없는 골퍼들이 골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초호황을 누린 것이다. 2020년, 2021년, 2022년까지 각각 내장객 5000만 명을 넘기며 폭발적인 수익을 올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MZ세대의 골프 유입 증가하면서 코로나 발발 이후 KT와 BC카드와 공동으로 2019년부터 3년간 전국 주요 골프장의 이용객 및 소비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골프장 이용객 연령대에서 50대가 34.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40대와 60대가 각각 21.8%와 21.1%로 뒤를 이었다. 30대 10.6%, 20대 6.2%, 70대 이상 4.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 확산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는 20대 52.4%, 30대 40.3% 등 MZ세대가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탓에 골프장들은 앞다투어 그린피를 비롯해 식음료, 카트비, 캐디피 등을 턱없이 올렸다. 시장경제원리로 ‘공급과 수요 법칙’에 따른 것이지만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 등을 돌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 것이다.
코로나가 마감하면서 MZ세대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내장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골프장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골퍼들이 외면한 것이 더 큰 요인이라는 게 골프장업계의 시각이다. 주범은 골프장 이용 비용이다. 그중에서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그린피다. 한번 올라간 그린피 등 골프장 이용 비용은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18홀 이상의 정규 골프장은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을 합쳐 총 525개. 내장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골프장은 홀(hole)당 내장객으로 수익을 판단한다. 내장객이 줄면 골프장은 생존할 방법이 없다. 골프장 경영수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내장객이 줄어든 데는 무엇보다 인접 지역의 골프장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요인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골퍼들이 영리해(?)졌다. 볼을 칠 기회가 많아진 탓인지 눈이 오거나, 춥거나, 비가 내리는 등 악천후에는 발길을 돌린다. 취소해도 이전과 달리 골프장은 고객에게 항의를 못 한다.
최근 골퍼들이 줄었다는 시각이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던 골퍼들이 외면하고 국내보다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일본이나 중국,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중국 골프패키지는 2박3일에 항공료, 그린피, 숙식 등을 포함해 30만 원대, 일본은 3박4일에 40만 원대까지 골프패키지 상품이 선보이고 있다. 수도권 골프장들은 그나마 버틸 만하다. 지방 골프장들은 경영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제주지역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주말에도 텅빈 골프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에서 골프를 하려면 항공료에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비, 숙박비, 렌트비 등을 합치면 18홀을 도는데 60~70만 원은 족히 깨진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제주를 찾겠는가.
주말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였던 80, 90년대만 하더라도 골프 약속은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지켜야 했다. 문만 열어 놓으면 골퍼들이 알아서 빼곡히 시간을 꽉꽉 채워줘 장사가 잘됐다. 코로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골퍼들은 골프장을 제 입맛에 따라 골라간다. 이러다 보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라운드를 쉽게 포기한다. 골프장이 넘쳐나니 별로 아쉬운 게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골프장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명문을 포기한 골프장들은 ‘그린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인접 지역 골프장보다 한 푼이라도 저렴해야 골프장을 찾는 탓이다. 그린피 인하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악천후로 부킹 최소가 급증하면 아예 그린피를 받지 않는다는 문자를 날리는 골프장도 있다. 카트비나 식음료비라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동계 기간 한정이긴 하지만 일부 골프장들이 1월 주중 그린피를 5만 원까지 인하한 곳이 있다. 5만 원인 골프장은 수도권의 남여주CC를 비롯해 동강시스타CC, 일레븐CC, 이븐데일CC, 코스카CC, 대호단양CC, 킹즈락CC, 힐데스하임CC, 로얄링스CC다. 5만9000원과 6만 원인 곳도 있다. 용인CC, 비콘힐스CC, 파크밸리CC, 세일CC, 올데이와 올레디 로얄포레CC, 솔라고CC, 일라이트CC, 스톤비치CC, 한맥CC 등이다. 전남 장수골프&리조트는 지난해 12월 주중에 그린피를 4만7500원까지 인하했다. 1월1일에는 카트비 포함, 떡만둣국은 서비스로 10만 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린피가 요지부동인 곳이 적지 않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의 ‘대중형 골프장의 이용료 현황’에 따르면 18홀 이상 257개소의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최고가 기준)는 지난해 10월 주중 17만900원으로 1년 전보다 0.8%, 토요일은 21만3700원으로 1.3% 인하했다. 하지만 2020년의 경우 주중 30.8%, 주말 21.4% 높았는데, 금액으로는 주중 4만200원, 주말 3만7700원이나 올랐다.
대중형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를 지역별로 보면, 충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그린피가 내렸다. 강원도의 지난해 10월 그린피는 1년 전보다 3.8% 하락해 가장 많이 내렸고 다음이 충북(-2.3%), 경북(-2.2%), 경남(-1.4%) 순이었다. 주중 그린피는 충북이 4.1% 인하해 가장 많이 내렸다.
대중형 골프장의 지난해 그린피는 주중 19만 7000원, 주말 25만 8000원이다. 그런데 이 기준을 초과하는 대중형 골프장이 주중 58개소로 18홀 이상 전체 대중형 골프장 수 257개소의 22.6%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에 있는 모 골프장의 지난 10월 최고 그린피는 주중 31만 원, 주말 35만 원으로 대중형 골프장의 기준 그린피보다 11만 원 정도 비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8개소로 가장 많고 강원 9개소, 충북 6개소 등이다.
올해 1월의 골프장 그린피는 강추위와 폭설 등으로 성수기인 지난해 10월보다 6만~7만 원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대중형 골프장의 성수기·비수기 그린피 비교’자료에 따르면, 비수기인 1월에 영업 중인 195개 대중형 골프장의 최고가 기준 그린피는 주중 10만2000원, 주말 13만3000원으로 성수기인 10월의 그린피보다 각각 주중 6만7000원(39.6%), 주말 7만7000원(36.7%)씩 싼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 그린피 인하액을 보면 충북 대중형 골프장이 평균 10만8000원(59.7%)으로 가장 높다. 이유는 자체수요가 부족한 데다 수도권 골퍼들이 덜 찾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수도권의 주중 그린피 인하액은 평균 9만9000원(47.4%), 강원이 7만2000원(40.9%) 순이다.
반면 기후가 온화하고 골프인구가 풍부한 경남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인하액은 2만8000원(18.8%)에 불과하다. 전남 대중형 골프장의 인하액은 3만3000원(22.8%)로 두 번째 적다. 주중 그린피가 6만 원 이하 골프장은 남여주, 용인CC 등 21개소에 달하는데, 지역별로는 충북 골프장이 12개소로 가장 많다. 이와 달리 그린피를 내리지 않은 골프장들은 드림파크, 상록CC 등 13개소에 이른다. 이들 골프장들은 그린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거나 기온이 따뜻한 남부지방에 많이 분포돼 있다.
제주지역 골프장...협의체 구성해 ‘부킹’ 협력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갑작스러운 악천후에도 골퍼들이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제휴를 통해 고객 편의에 나선 것은 제주지역의 날씨 특성에 기인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히든 카드’로 보인다. 비록 2월28일까지 겨울철 한정기간이지만 이것이 성공하면 연중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 것이 눈길을 끈다.
캐슬렉스제주CC를 비롯해 그린필드CC, 롯데스카이힐CC, 볼카노CC, 아덴힐CC, 엘리시안CC, 골프존카운티 오라CC, 크라운CC 등 제주도 내 8개 골프장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폭설과 폭우 등으로 예약이 취소될 경우 협약을 맺은 골프장 간 예약을 주선하는 방식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지역마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제주 동부 지역에는 폭우 또는 폭설이 몰아치지만, 제주 북부·서부지역은 그렇지 않은 등 제주에선 지역에 따라 날씨가 시시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협의체에 속한 골프장들은 도민 또는 외지의 골퍼들이 갑작스러운 폭설 또는 폭우로 예약한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협약을 맺은 골프장 간 날씨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이용자들에게 다른 골프장을 안내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제주를 찾은 골퍼들은 대개 1박 2일 이상의 라운드하는 점을 고려해 골프 예약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이 있어 골프장 협의체의 협조는 골퍼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발전을 위한 産·學·協 MOU 체결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최동호)도 당장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협회는 ‘대한민국 골프산업 혁신을 위한 산·학·협 공동 대응 간담회’를 개최하며 골프산업간 ‘상생’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주요 업체 및 학회가 한자리에 모여 골프 산업 관련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최동호 회장과 골프존 클라우드 안원익 대표, 그린잇 박준태 대표, 스마트스코어 박노성 대표, 카카오VX 최광옥 이사, 한국골프학회 김정모 회장, 한국잔디학회 이긍주 회장 등 총 15명이 참석했다. 주요 목적은 2026년 K-골프백서(가칭) 공동연구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방향을 논의하고, 산업계–학계–협회 3자 간 기술·정책 아젠다 조율 및 협력 구조를 정립하는 데에 있었다.
K-골프백서와 관련해 업체의 이용 패턴 및 플레이 분석과 장비 데이터 제공, 학회의 연구 검증 및 표준화 자문 역할, 협회의 총괄·발간 및 회원사 적용 기준 마련 역할을 포함한 협력 체계를 견고히 하고, 백서 내 MOU 기관별 기여 챕터 구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AI 기반 코스 관리 기술 협력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그린 하부 온도·습도 데이터를 활용한 열선 자동제어 시스템과 관련된 협력 방안, 협회–업체–학회 공동 PoC(파일럿 테스트) 추진, 2026년 스마트코스 지표에 반영 가능한 항목 도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더불어 AI 코스 관리 안전기준, 데이터 활용 기준, ESG·친환경 기준 실증 협력 등 산업계 공동 규제개선 아젠다를 정리했다.
아울러 골프 관련 학문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과제도 함께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협력과 골프 관련 정책 및 조사 연구 시스템 확립, 골프장 경영 교육자료 공유 등을 통해 산업계와 학계, 협회가 연계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한국 골프장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골프 단체들의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골프장들은 비록 경쟁 관계지만 상생(上生) 마련이 급선무다. 2026년에는 국내 골프장들이 환하게 함박웃음 짓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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