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② 위기의 한국골프장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골프장, 대책은 있는가?]
한국 골프장은 위기(危機)인가?
한국골프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2004년 개봉한 기후 재난 영화인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생각나게 한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가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한다. 그는 국제회의에서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비웃음만 당하고 상사와의 갈등만 일으키게 된다. 잭은 해양 온도가 13도나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자신이 예견했던 빙하시대가 곧 닥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백악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그는 브리핑을 통해 현재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 북부에 위치한 사람들은 이동하기 너무 늦었으므로 포기하고 우선 중부지역부터 최대한 사람들을 멕시코 국경 아래인 남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또다시 관료들과 갈등을 겪게 된다.
인류를 구조할 방법을 제시한 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역진하는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인류는 지구의 대재앙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한국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조만간 닥칠 것이라는 골프장업계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골프장은 무관심하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의 급격히 줄어들면서 막다른 벼랑 끝에 몰린 일부 골프를 제외하고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절박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골프장 오너나 CEO들은 왜 이렇게 둔감(鈍感)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골프장들은 언제나 그렇듯 위기가 늘 찾아왔다고 한다. 정부에 따라 골프금지령을 비롯해 주말마다 폭우와 폭설이 내리면서 골프장은 시시각각으로 위기에 봉착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으니 그리 걱정할 것이 뭐 있겠는가 하는 식으로 무사안일(無事安逸)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골프장들이 피부로 느끼는 감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골프를 즐기고 있는 골퍼들이 점점 줄고 있는 데다가 이미 떠난 골프마니아들이 골프장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골프장 대표들은 앞다투어 ‘그린피 평일 반값’ 등 특가를 내세우고 있고, 카트비 무료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골프장 입장객의 감소 조짐이 나타난 것은 2023년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부터다. 하지만 골프장을 30년간 경영했다가 최근 파산으로 골프장을 떠난 한 기업주는 원초적 감소는 스크린골프장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토로한다. 이것이 단초(緞綃)가 되리라고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그 기업주는 스크린골프장에서 연습하는 골퍼들이 늘면 골프장이 오히려 영업이 더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탁 트인 필드에서 라운드하는 것과 꽉 막인 곳에서 하는 스크린골프와는 다르다고 믿었던 터다. 물론 스크린골프가 골프에 쉽게 접근하게끔 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 기업주는 좋은 면만을 본 것이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잘 읽지 못한 탓이라는 얘기다.
골프장은 홀당 입장객이 수익구조를 나타낸다. 골프장이 생존하려면 평균적으로 70% 정도의 가동률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지는 골프장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생존에 대한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평일에는 입장객을 50%도 못 채운다는 것이다. 그린피와 카트비, 식음료를 왕창 올리고, 내리지 않은 제주지역은 지난해보다 입장객이 16%나 감소했다고 한다. 평일에는 골프장마다 한산하다 못해 파리만 날리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겨울에 해외골프투어를 가지 못하는 골퍼들에게 최적지로 꼽힌 제주도가 이럴진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골프들의 그야말로 울상이다. 그나마 부산과 경남지역은 조금 낫다. 호남지역보다 날씨가 따듯하고 눈이 거의 오지 않아 주중에도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한국은 일본 골프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1960년대부터 골프붐이 일기 시작한 일본 골프장은 한창 붐일때 2600개를 상회했다. 회원권도 내놓는 대로 팔려나갔다. 그야말로 일본 골프장의 전성기였다. 일본의 장기 불황과 함께 1990년대 들어 호황을 누렸던 골프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수백 개가 무너졌다. 한국골프장이 그대로 모방한 회원제 일본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은 90%이나 폭락했고, 도산하는 골프장들이 나타났다. 총 회원권 가격을 단(兆) 단위로 회원을 모집했던 나고야의 72홀, 호텔 4개 규모의 한 골프장은 금융비용을 버티다 못해 대중제로 전환했다. 아직도 부채가 300억 원이나 남아 있어 저가의 회원을 모집 중이다. 일본 골프장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론스타가 파산한 골프장들을 헐값에 싹쓸이하는데 앞장섰다. 수십 년간 쌓은 일본의 골프장들은 폐망(廢亡)을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일본은 역시 골프 강대국이다. 아직도 2300개나 운영 중이다. 일본은 인구가 고령화되자 지방을 중심으로 그린피를 내리고, 노캐디를 도입하는 한편, 식음료 가격도 대폭 인하했다. 최근에는 그린피 5000엔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셀프플레이를 할 수 있다. 물론 카트비도 포함돼 있다. 인터넷이 덜 발달한 지방에 가면 시내 곳곳에 이런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일본 골프장이 겪은 내용을 한국 골프장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회원제 골프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대중형 골프장이 압도적이다. 회원권 가격을 되돌려 주고 세금이 저렴한 대중형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은 지난해 기준 153개, 대중형은 372개 골프장이다.
일본은 골프장 거품이 걷히면서 생존을 위해 그린피 인하는 물론 노캐디, 9홀 라운드, 식음료비 인하 등 모든 경영전반을 재검토하면서 골프장이 살아나고 있다. 연착륙을 위해 이용 요금을 대폭 내리고, 다양한 이벤트로 젊은 층과 중·장년층 유입을 위해 다양한 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계절적인 요인은 있지만 지방 골프장 평일에 그린피가 5만 원 이하로 내린 곳도 있다. 다만, 일본과 다른 점은 여전히 카트비를 받고 있으며, 식음료가 일반 식당보다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골프장 경착륙으로 줄줄이 도산으로 이어질 것인가. 호시절은 가고 파티는 끝났나.
시각은 반반이다. 아직도 운영 개선과 합리적인 경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면 골프장 사업을 해볼 만하다는 주장과 한국의 골프장은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바로 2020~2022년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골프장은 그야말로 초호황을 맞았다. 방역 시대의 유일한 탈출구였던 골프장은 골퍼들에게는 유토피아였다. 한가지 더하자면 골프장의 붐을 일으킨 것은 MZ세대였다. 인스타그램 등 SNS가 유독 발달한 한국의 상황에서 골프장은 MZ세대의 신천지였다. 골프를 즐기기보다는 사진 찍고 노는 놀이터였다. 골프장에서 샷보다는 골프웨어를 틈나는 대로 갈아입으며 폼 잡고 찍은 사진을 올리는 SNS가 마치 자신의 지위와 품격을 나타내는 격이었으니까. 2022년에 골프를 하는 인구가 이전보다 무려 30%나 늘었다. 마치 골프공화국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엄청난 골프 비용이 한번 골프장에 나갈 때마다 수십만 원이 깨지고, 골프웨어와 클럽을 사는데 수백만씩 들어가는 골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인에게 있는 묘한 DNA는 골프열풍을 냉동고로 만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MZ세대들은 골프에 들어온 것도 빨랐지만, 나가는 데는 더 빨리 빠져나갔다. 해외여행이 열리면서 그린피, 카트비, 식음료, 차량운행비 등 한 번에 40만 원이나 족히 들어가는 골프와 앞다투어 손절했다. 놀이문화를 다른 쪽으로 돌린 것이다. 그런데 골프장이 착각한 것이 있다. MZ세대가 곧 골프인구로 환상을 가진 것이다. 이때 일부 골프장들은 MZ세대의 기호에 맞춰 레스토랑 식단이나 골프장 입장 시 디지털로 바꾼 곳이 적지 않았다. 새로 건설한 골프장은 직원은 최대한 줄이고 아예 입장부터 그린피 결제까지 모든 것은 디지털화한 곳도 있다. 이것이 패착 (敗着)이었다. MZ세대의 빈자리를 중·장년층이 곧바로 채우지를 못한 것이다. 골프장들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쏠림 현상’을 간파하지 못해 일어난 불상사다.
골프장이 무너지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진다. 만약에 골프장이 줄줄이 도산하게 되면 한국의 산에는 폐허가 된 골프장이 흉물로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 금강산에 한국 기업인이 골프장 금강산 아난티 온천&리조트를 지었다가 북한과 교류가 단절되면서 일방적으로 골프장을 폐쇄하는 바람에 장전항 인근에 흉물로 남아 있다.
골프장 컨설팅 전문기업 M&V 김종안 대표는 “한국골프장이 도산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현재 국내 골프장은 인건비와 코스관리비, 식음료 재료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골프장 오너들은 명문과 보다 많은 수익 내기를 원하고 있다. 골프장이 추구하는 이상세계(理想世界)다. 사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가 않다. 따라서 오너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골프장 기업의 존속가치를 높여야 하다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제 골퍼들을 기다리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은 오너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을 놓고 있는 골프장들이 적지 않다. 혁신을 통한 경영합리화에 신경을 곧추세워야 한다. 경영상의 불합리한 요소를 개선 및 제거하고, 인건비, 코스관리비 등 낭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리고 골프 관련 단체들이 합심해 인구절벽에 치닫는 한국의 골프 인구를 늘리고, 기존 골퍼들이 다시 골프장을 찾을 수 있도록 묘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골프 강대국이다. 한국에는 골프 단체가 많다. 대한골프협회를 비롯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국대중골프장협회, 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한국골프연습장협회, 대한골프전문인협회 등 골프발전을 위해 365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골프단체들이 있다. 이번 기회에 단체들이 한국골프장, 더 나아가 한국골프의 백년대계를 위한 중·장기 대책수립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대책을 강구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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