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⑤ 위기의 골프장, 다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제주 지역 골프장 입장객 급감… 경영난 가중 속 ‘상생과 혁신’이 유일한 돌파구
한국 골프장의 현주소는 기후 재난 영화 <투모로우>를 떠올리게 한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를 무시했던 영화 속 상황처럼, 골프업계의 위기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홀당 입장객 수가 급감하며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골퍼들의 발길은 이미 가성비 좋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텅 빈 필드, 숫자가 증명하는 ‘골프 잔혹사’ 지난해 전국 골프장 입장객은 전년 대비 약 100만 명 감소했다. 1인당 평균 지출 비용을 30만 원으로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3,000억 원의 매출이 사라진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객단가다.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그린피 면제나 카트비 위주의 파격 할인 없이는 운영조차 힘든 곳이 늘고 있다.
특히 제주 지역은 ‘빙하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골프 관광의 메카였던 제주는 이제 일반 관광객과 골퍼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세금 체납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일본 및 동남아시아 골프장과의 가격·서비스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 ‘악순환’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제주 지역 골프장의 수치를 살펴보면 현재 29개 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2024년 제주 골프장 이용객은 222만8430명, 지난해는 205만689명으로 감소했다. 홀당 입장객도 3069명에서 2860명으로 줄었다. 회원제 입장객은 2024년 91만1345명에서 지난해 83만8221명으로 감소했다. 홀당 입장객 역시 3068명에서 2822명으로 줄었다. 대중형 및 비회원제는 2024년 131만7095명에서 지난해 121만3468명으로 감소했다. 입장객 감소는 곧 골프장의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최근 유류할증료 급등으로 일시적인 반등 조짐이 보이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렌터카, 식음료 비용을 포함한 전체 체류 비용이 일본이나 동남아보다 월등히 높은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면 제주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반복되는 역사, ‘공급과잉’이 부른 예견된 참사 제주 골프장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에도 경영난으로 인한 부도 사태가 잇따랐다. 2013년 제주 제1호 골프장인 제주컨트리클럽(현 시에나CC)의 부도와 법정관리 신청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의 본질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독과점이 아닌 자유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소비자와의 협상으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골프장은 공급 부족에 기대어 고가 정책을 고수해 왔다. 2005년 16곳이었던 제주 골프장이 29곳으로 늘어나는 동안 경쟁력 강화보다는 ‘배짱 영업’에 치중한 결과가 지금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제도적 지원 및 접근성 강화 (최영근 연구원 제안) 최영근 전문연구원은 2012년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프장산업 발전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제주를 골프관광 파라다이스로 발전시키기 위한 단기(1∼2년), 중기(3∼5년), 장기(5∼10년) 과제를 제시했다. 단기 과제는 골프 라운드 비용 인하와 ID카드·회원 등급제 도입,단거리 라운딩 서비스 코스 제공,모바일 서비스 도입 등 세분화된 요금제도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다. 또한, 핸들키퍼제도 도입,골프연계 관광상품 등 다양한 상품개발과 여성골퍼 유치를 위한 수용태세 정비,골프장 등급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비수기 등 청소년·고령층·여성 배려 등 신규 골프인구 창출과 각종 골프대회 유치와 외국인 골프관광객 유치 등 공격적 마케팅,지역사회 개방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한 지역밀착형 경영확대 등도 주문했다.
중기과제는 △골프아카데미 창설 및 전문지도자 육성,악천후시 대체 프로그램 개발 등 전문 인력 양성과 프로그램 개발 △중국 골프장과의 자매결연,차이나 주간(China’s Week) 또는 차이나 데이(China’s Day) 도입 등을 통한 중국 골프관광객 유치 △친환경 골프장 인증제도 추진 등이다.
장기과제는 △퍼블릭 골프장 정책·행정적 지원 강화,회원제 골프장 회원권 입회금제도 개선 등 제도적 지원 강화 △해외직항노선 확대, 운항시간대 조절 등 접근성 제고 △국제골프박람회 개최 등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기존의 골프장들이 대부분 실행하고 있거나 주장하던 것들이었다. 어떤 부분은 실효성이 떨어져 골프장이나 제주 정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대로만 시행했더라도 지금처럼은 망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골프장업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뉴노멀 시대의 상생과 가치 창출 (2022 상생 방안 제안) 최영근, 강승훈 연구원은 2022년 '뉴노멀시대 지역사회와 골프장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연구보고서를 또 내놓았다. 기본 상생방향으로 도민이 골프장 이용을 위한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먼저, 부킹 난 해소와 이용요금 인하가 절대적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도민과 함께 호흡하는 골프장,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상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도민 부킹 회피 등 역차별 해소, 그 동안 도민들에게 적용해오던 이용요금 할인 등을 주장했다. 혜택 부활 및 확대, 도민 부킹 할당제, 이용요금 인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사랑나눔기금’ 조성 등 매년 정기적으로 지역사회 기부행사 개최, 일자리 창출, 지역에서 가능한 물품 조달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를 위한 골프장 개방, 지역 골프 꿈나무 육성사업 전개, 골프장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상생방안으로 단기과제(1~2년)는 △골프장 이용요금 인하 및 서비스 다양화, △지역주민 역차별 해소, 도민 부킹 △(예약) 할당(쿼터)제 도입, 도민 친화형 이벤트 확대 개최, 골프장의 지역사회 개방으로 지역친화형 경영 추진 △우수 인재 발굴을 위한 제주인재양성재단인 ‘(가칭)골프장학재단’ 설립 등이다.
중기과제(3~5년)로는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골프장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및 사회공헌 활동 확대, △미래 골프 꿈나무 육성, 장애인 골프장 이용 접근성 향상 △전국골프장 운영 지주회사로서 상생경영 확대 등 사회적 책임 실천, 안전한 골프 환경 조성, 제주형 골프문화 창조 등이다.
장기과제(5~10년)로는 △친환경 공공형 대중골프장(퍼블릭 골프장) 유치 및 건설, 골프장기업의 ESG경영 정착 △환경 친화적 골프산업 육성, 골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회원제 골프장 이용객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폐지 △포스트코로나시대 (가칭)상생위원회 구성으로 ‘골프장 발전방안’ 수립,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이색 지역지원 사업 추진 △미래운영을 위한 5G시대의 공격적인 마케팅 수립 등이다.
담합 이상의 ‘공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제주의 인구는 66만 명에 불과하다. 29개 골프장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결국 외부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이제는 연구에만 그칠 때가 아니라, 제주도와 업계가 공동의 위기의식을 갖고 동남아시아와 경쟁할 수 있는 파격적인 패키지와 행정적 특례를 마련해야 한다. 골프장 간의 소모적인 경쟁이 아닌, ‘제주 골프’라는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골프장의 ‘빙하기’는 영화보다 더 처참한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탑골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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