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에 숨어있는 27억년 전 재미난 지질학 이야기
세계 수많은 수도(首都) 중에 서울처럼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친환경 자연의 도시는 드물다. 도심 빌딩이나 아파트 주택에서도 사방으로 눈만 돌리면 남산, 북한산, 도봉산, 아차산, 불암산, 남한산성, 대모산, 청계산 등이 시야에 들어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계절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자연 생태환경은 한 폭의 수려한 동양 산수화다. 서울 도심을 흐르는 시원한 맑은 한강은 서울 시민들의 생명수의 원천이다.
수도 서울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 등을 걸으면서 체험할 수 있는 총길이 157km 서울 둘레길(Seoul Trails)은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문화 산책길이다. 둘레길은 접근성이 좋아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서울 둘레길은 편의상 21코스로 나누어져 있으며 코스마다 각기 색다른 특색이 있다. 둘레길 탐방자들을 위한 지질, 문화, 생태 등 테마별 산책길을 조성하여 걷는 맛을 돋우고 있다. 다양한 새들이 노래한다. 우아한 불교 사찰에서 자연경관과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둘레길 걷기는 단순한 신체 단련이나 체력 향상뿐만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안의 길이기도 하다. 일본 교토대학의 노벨상 수상 교수도 캠퍼스 산책로를 걸으며 암석, 광물, 곤충, 식물을 관찰하면서 노벨 과학의 창의적인 발상을 하였다고 증언한다. 걷기는 목적지 도달 목표보다 걷는 과정이 중요하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인간의 삶도 인생 목표보다 삶의 과정이 아름다우면 성공적인 삶이다. 다양한 지질, 생태환경과 변모하는 서울의 발전 모습을 보면서 서울 사랑과 시민의 자긍심도 느낀다.
서울 둘레길을 224회나 완주한 서울 둘레길 마니아 친구 (紅海)를 따라 50회를 완주하면서 둘레길을 찾는 방문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지질학 이야기가 생겼다. 우리가 어떤 길 위를 걷고 있는지 말이다. 즉, 둘레길 바닥 암석과 주변 지형과 지질에 숨어 있는 재미난 과학정보다.
선조들이 한양에 도읍을 세운 것도 아름다운 수도 서울이 자리 잡은 것도 지형과 지질의 우수한 지반환경 특성 때문이다. 1급수 어종이 서식하는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개천들이 한강에 합류한다. 둘레길 구간마다 산속에서 지하수 약수가 곳곳에서 샘솟아 나오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서울의 지반은 약 27억 년 전에 형성된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과 중생대 쥐라기(2억5천만 년~1억5천만 년)의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활성단층이나 위험한 지질구조 발달이 없어 지반의 안정성이 아주 우수하다.
지반을 이루고 있는 변성암류는 주로 흑운모 편마암, 운모 편암, 호상 편마암 등이며 대리암화된 석회암과 각섬암이 일부 지역에 소규모로 협재하고 있다. 도심 주변의 높은 산들은 주로 편암, 편마암과 화강암으로 된 지형이다. 특히 이들 변성암 지층을 관입한 중생대 쥐라기의 화강암 지형이 장관을 이룬다. 2억 년 전후에 서울 경기도 지역 지하에 뜨거운 마그마 활동이 격렬하였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의 중생대 화강암도 이때 만들어졌다.
청계산(618m), 대모산(293m)과 남한산성(480m) 지역은 20~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흑운모 편마암, 편암으로 되어 있는 변성암 지역이다. 그 외 저지대 지역은 변성암류나 화강암이 풍화된 지형이다. 서울 도심 남산(243m)도 주로 편마암이 기반을 이루고 있지만 소규모로 화강암이 관입 노출된 곳도 있다.
흥미 있는 사실은 고척동, 신월동, 고양, 김포 지역에 소규모로 편암류에 협재된 석회암층이다. 석회암은 원래 얕은 바다에서 해수 중의 칼슘과 탄산염 이온이 침전되어 만들어진다. 즉, 27억 년 이전에 이 지역을 포함한 서울·경기도 전 지역이 얕은 바다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 변성암에 석류석, 녹니석, 흑운모 등의 다양한 변성광물이 포함되어 있다. 암석학자들은 변성광물의 조합을 보고 어느 정도 압력과 온도에서 변성되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대모산과 신촌 봉원동 입구에서 운모 편암 내에 자색의 둥근 석류석 광물이 관찰된다. 석류석은 핑크색 색상이 예쁘면 가넷(garnet)이라는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화강암으로 된 아름답고 우아한 북한산(836m), 도봉산(740m), 수락산(640m), 관악산(632m) 높은 산봉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중생대 쥐라기에 대보조산운동이라는 지각변동과 함께 지하의 변성암 암석이 온도·압력 변화로 부분적으로 녹아 화강암질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화강암질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지 않고 지하에서 서서히 식으면서 결정화되어 화강암이 된다.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화강암이 지각변동과 함께 융기하여 지표에 노출된다. 노출된 화강암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풍화·침식되어 오늘의 관악산 연주대, 도봉산 신선대, 북한산 백운대와 같은 아름답고 높은 산봉우리 지형이 만들어졌다. 변성암 지역 지형과는 달리 화강암 지역은 밝은 색을 띠고 바위 표면이 매끄럽다.
화강암과 변성암 지역이 풍화되면 토양의 특성도 현저히 다르다. 흑운모 편마암이나 편암은 외형적으로도 색깔이 검은 편이고 암석이 편리를 따라 방향성이 있게 갈라진다. 보통 변성암 지역 바위 표면은 거칠다. 또 이들 암석에는 유색광물인 운모류가 많다. 운모류 광물에는 철(Fe)과 마그네슘(Mg)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이들이 풍화되면 철이 산화되어 붉은색을 띤다.
진흙인 점토광물은 층상광물 결정구조라서 미끌미끌하다. 맨발 걷기로 즐길 수 있는 황토 진흙 토양이 만들어진다. 반면 화강암은 다량의 무색광물인 석영, 장석 광물과 소량의 흑운모, 각섬석 유색광물로 되어 있다. 장석 광물은 풍화에 약하기 때문에 화강암이 풍화되면 장석이 먼저 뽀얗게 풍화되어 흙이 되고, 석영(SiO₂)은 풍화에 강하기 때문에 모래 알맹이로 남는다.
그래서 화강암 지역은 모래 알갱이가 많은 소위 마사토 토양의 깨끗한 길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화강암 지역의 풍화 토양은 배수가 잘되고 주변 환경이 깨끗하다. 그래서 서울 둘레길도 편마암·편암 변성암 지역은 산책로가 질고 미끄럽지만 화강암 지역의 둘레길은 깨끗하고 걷기가 편하다.
그래서인지 세계 유명 도시나 마을은 화강암으로 된 지역이 많다. 이처럼 서울 둘레길 기반암의 특성이나 만들어지는 과정과 내용을 생각하면서 한 구간씩 걸으면 수십억 년의 긴 지질여행이 짧은 시간에 끝난다. 서울 둘레길 산행의 새로운 참맛이 느껴진다. 서울 둘레길은 시민들의 건강지킴이자 세계인들이 우리 고유의 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명품 산행 코스다. <저작권자 ⓒ 탑골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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